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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등산

지리산 바래봉 등산코스

by 아키텍트류 2025.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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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지리산 바래봉까지 가는 길은 길고도 설레는 여정이었다. 2025년 3월 19일, 수요일 새벽, 마지막 겨울 눈꽃을 보기 위해 이른 아침 길을 나섰다. 어제 전라도 지역에 큰눈이 내렸다는 소식을 듣고, 올겨울 마지막으로 눈꽃을 볼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일이라 도로가 비교적 한산했고, 약 3시간 30분 만에 지리산 허브밸리 주차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허브밸리 주차장은 무료였고, 방문객도 많지 않아 주차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지리산 바래봉 등산코스는 초보자도 쉽게 오를 수 있는 코스로 알려져 있지만, 이날은 전날 내린 눈 때문에 오르기가 쉽지 않았다. 허브밸리 주차장에서 정상까지 약 5km 거리의 임도를 따라가는 길이었다. 초입부터 가지마다 소복이 쌓인 눈꽃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고, 하얀 눈으로 뒤덮인 풍경이 마치 동화 속 겨울 왕국을 연상케 했다.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면서 점점 더 깊어지는 눈과 함께 설경이 절정을 이루었고, 중반 이후부터는 나무마다 상고대가 피어나 더욱 환상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등산로 곳곳에는 쉼터가 마련되어 있어 힘들면 잠시 쉬어갈 수 있었다. 멈춰서서 숨을 고르며 주변 풍경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힐링이 되었다. 바래봉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완만한 편이었지만, 눈이 두껍게 쌓여 있어 발걸음을 조심해야 했다. 마지막 구간에 접어들자 눈이 더욱 깊어져서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발이 푹푹 빠졌다. 하지만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펼쳐지는 장관에 모든 피로가 잊혀졌다.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다. 바래봉 정상에서 바라본 지리산의 풍경은 압도적이었다.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이어지는 지리산 주능선이 한눈에 들어왔고, 광활한 산줄기가 끝없이 펼쳐졌다. 그 웅장한 풍경은 사진으로도 담기 어려울 만큼 아름다웠다. 정상에서는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지만, 사방이 새하얀 눈꽃으로 덮여 있어 추위도 잊고 오랫동안 그곳에 머물렀다.

한참 동안 정상에서 눈꽃 풍경을 감상하고 나니 시간이 어느덧 오후로 접어들었다. 해가 뜨면서 기온이 올라가자 곳곳에서 눈이 녹아 내리기 시작했다. 하얗던 설경이 점점 흐려지고, 등산로 곳곳에 진흙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마도 앞으로는 더 이상 이런 눈꽃 풍경을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산길은 오를 때보다 수월했지만, 녹아버린 눈이 질퍽한 진흙으로 변하면서 곳곳이 미끄러웠다. 내려오면서도 여러 번 멈춰 서서 마지막 겨울 풍경을 눈에 담았다.

지리산 바래봉 등산코스는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곳이지만, 특히 겨울철 눈꽃이 가득한 모습은 더없이 특별했다. 바래봉은 봄에는 철쭉이 만개해 분홍빛으로 물들고, 여름에는 푸른 초원으로 변하며, 가을에는 단풍이 장관을 이루지만, 이날 본 겨울의 바래봉은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온 산이 새하얀 눈으로 덮인 풍경, 가지마다 피어난 눈꽃과 상고대, 그리고 정상에서 바라본 광활한 지리산의 전경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이곳에서의 겨울 등산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자연이 주는 감동을 온몸으로 체험하는 순간이었다.

인천에서 먼 길을 달려 지리산 바래봉까지 왔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지리산 바래봉 등산코스는 등산 초보자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을 만큼 무리가 없는 코스였고, 눈꽃이 가득한 풍경 덕분에 힘들어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오히려 설경 속을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그 시간이 너무도 소중했다. 하산 후 허브밸리에서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몸을 녹였고, 지리산에서의 하루를 되돌아보았다. 이번 겨울이 가기 전에 이런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감사하게 느껴졌다.

긴 운전 끝에 다시 인천으로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지는 해를 바라보며 오늘 하루를 곱씹었다. 지리산 바래봉 등산코스는 힘들었지만 보람찼다. 인천에서 멀리까지 갔지만, 정상에서 바라본 지리산의 모습은 잊을 수 없을 만큼 인상적이었다. 마지막 겨울 산행, 그리고 눈꽃이 가득했던 하루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다음에는 봄이 오면 철쭉이 만개한 바래봉을 다시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지리산 바래봉의 매력은 끝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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