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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등산

팔봉산 등산코스

by 아키텍트류 2025.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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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홍천에 있는 팔봉산. 사실 처음부터 크게 기대하진 않았다. 해발 327미터. 숫자만 보면 낮은 구릉지 정도로 느껴지기도 하고, 뭔가 특별한 산행이 될 것 같진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등산을 마치고 나서 보니 이 산에 대해 얕잡아 본 것이 무척 미안할 정도였다. 작지만 강하고, 아기자기하지만 결코 심심하지 않은 그야말로 ‘어른들을 위한 모험 놀이터’ 같은 산이었다. 팔봉산 등산코스는 작지만 강한 산의 매력을 완벽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였다.

팔봉산은 홍천강을 끼고 솟아 있는 낮은 산으로, 여덟 개의 봉우리가 나란히 이어져 있다는 데서 이름이 붙었다.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접근하기도 수월하고, 그리 멀지 않으면서도 본격적인 산행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산으로 알려져 있다. 이전에는 입장료가 있었던 걸로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직접 가보니 현재는 무료로 운영되고 있어 좀 놀랐다. 입장료가 없어진 대신 관리 상태는 더 나아진 듯 보였고, 산 입구부터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 기분 좋게 산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등산을 시작하자마자 이 산의 매력이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평탄한 오르막이나 서서히 높아지는 길이 아니라, 시작부터 본격적인 경사가 등장한다. 걷자마자 숨이 차오르고,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마치 “이 산을 쉽게 볼 생각은 말라”는 듯 강렬한 첫인사를 던진다. 하지만 의외로 그 첫 구간은 짧다. 약 20분 정도만 집중해서 오르면 바로 1봉에 도착하게 된다. 힘든 만큼 빠르게 정상을 밟는 구조라 성취감이 크다. 짧고 굵은 오르막 끝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은, 그 시간과 노력에 딱 맞는 보상을 안겨준다.

팔봉산의 특징은 그 소박한 규모 속에 다양한 지형 요소들이 매우 촘촘하게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팔봉산 등산코스의 진짜 재미는 여기에 있다. 단순히 걷는 산이 아니다. 계단, 밧줄, 암릉, 좁은 통로, 갑작스레 나타나는 바위 구간까지, 작은 산 속에 산행의 모든 요소들이 마치 농축된 원액처럼 가득 들어차 있다. 단순한 산책로가 아니라, 매 구간마다 온몸을 써야 하는 체험형 코스라는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2봉이 팔봉산의 공식 정상이다. 대부분의 산에서는 맨 마지막 봉우리가 가장 높은 경우가 많지만, 이 산은 2봉에서 최고의 뷰를 자랑한다. 이곳까지는 40분 정도면 넉넉하게 도달할 수 있다. 여기서부터는 선택의 시간이다. 2봉에서 내려갈 수도 있지만, 진짜 팔봉산 등산의 매력을 모두 경험하려면 8봉까지 도전하는 것이 정석이다.

3봉부터 이어지는 코스는 완전히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암릉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밧줄을 잡고 오르는 구간이 점점 많아진다. 때로는 경사가 너무 가팔라 네 발로 기어야 할 정도다. 허벅지에 힘이 실리고, 손에 땀이 맺힌다. 발 디딜 곳을 몇 번이고 확인해야 하는 스릴감이 있다. 그렇다고 위험하다는 느낌은 아니다. 코스가 잘 정비되어 있고, 밧줄이나 손잡이들이 적절히 설치되어 있어 주의만 기울인다면 누구나 충분히 안전하게 오를 수 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구간은 4봉 직전의 ‘해산굴’이었다. 이곳은 말 그대로 좁은 동굴처럼 생긴 틈을 기어가듯 통과해야 하는 지형이다. 지역 전설에 따르면 이 해산굴을 무사히 통과하면 무병장수한다고 알려져 있다. 도전 의식이 불타올랐다. 입구에서 몸을 바짝 웅크리고 들어갔지만, 중간쯤 갔을 때 공간이 너무 좁아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었다. 당황스럽고 약간 무서웠다. 결국 아쉽게도 포기하고 우회로로 이동했지만, 언젠가 다시 이 해산굴을 통과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남았다. 이처럼 팔봉산 등산코스는 단순히 걷는 길이 아니라 도전의 연속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체력 소모가 커진다. 특히 마지막 8봉에서의 하산 구간은 생각 이상으로 가파르고 길다. 사실 이 구간이 팔봉산 등산코스 중 가장 힘들고 위험한 곳이기도 하다. 자갈이 많고, 급경사라 조심하지 않으면 미끄러질 수 있다. 그동안 쌓아온 체력을 마지막까지 잘 관리해야 무사히 내려올 수 있다. 나는 최대한 천천히, 한 걸음씩 신중하게 내려오며 산행의 마지막 구간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진짜 마무리는 그 이후였다. 산을 내려온 뒤 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원점 회귀 코스는 마치 또 다른 산책로 같았다. 홍천강을 따라 걷는 길은 조용하고 평화롭고, 방금 전까지 바위를 오르며 힘들게 숨을 쉬던 내가 무색할 정도로 여유롭고 고요했다. 강물의 잔잔한 흐름과 바람 소리를 들으며 걸으니, 그 자체로도 훌륭한 힐링 코스였다.

전체적으로 3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 산행이었다. 결코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 안에 경험한 것들은 매우 다양하고 강렬했다. 단순히 높은 산을 오르고 내려오는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팔봉산 등산코스는 높이는 낮아도 결코 만만하지 않고, 다양한 지형과 적절한 난이도, 그리고 조용한 자연이 어우러진 매력적인 산행 코스다.

짧은 산행이지만 많은 걸 경험하고 싶다면, 팔봉산만한 곳도 드물 것이다. 특히 서울이나 경기 북부 쪽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오기에도 딱 좋은 거리다. 혼자 산책하듯 다녀와도 좋고, 친구나 가족과 함께라면 더 많은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다만 일부 구간은 어린아이들이나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그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팔봉산을 처음 접한 사람에게 팔봉산 등산코스는 분명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다. 작지만 다채롭고, 귀엽지만 만만하지 않으며, 짧지만 인상 깊다. 그래서일까. 하산 후에도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해산굴을 다시 도전해볼까, 다음엔 8봉에서 일출을 볼까, 아니면 역방향으로 코스를 돌아볼까. 이렇게 다음 방문을 기약하게 만드는 산이 그리 많지는 않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새로운 등산지를 찾고 있다면, 나는 자신 있게 팔봉산을 추천하고 싶다. 팔봉산 등산코스라는 키워드를 검색해보고, 한 번쯤 직접 그 코스를 걸어보길. 그 안에 담긴 작은 모험과 성취의 재미는 결코 숫자로 표현되지 않는다. 팔봉산은 작지만, 결코 작은 산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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