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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등산

마이산 등산코스

by 아키텍트류 2025.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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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에 도착한 건 이른 아침이었다. 마이산, 이름부터 낯설고 인상적인 그곳. 늘 사진으로만 봤던 말귀처럼 솟은 두 봉우리를 직접 눈앞에 두고 보게 되다니, 괜히 마음이 들뜬다. 입구부터 남다른 이 산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는 것부터 시작이다. 주차는 무료. 이거 꽤 반가운 일이다. 다만 입장료는 1인당 3천 원. 조금 아쉽지만, 이 독특한 산을 관리하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출발하자마자 길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사람도 많지 않고, 분위기마저 묘하게 평온하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여기서 생긴다. 등산로 입구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냥 지나치기 딱 좋은 모양이다. 나도 한 번 스쳐 지나가고 나서야 지도를 보고 다시 돌아와야 했다. 마이산 등산코스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이 초입부터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길을 따라 올라가면 금색 지붕의 고금당이 나온다. 크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묘하게 시선이 머문다. 그리고 그 뒤부터는 본격적인 산행의 시작이다. 능선으로 이어지는 길이 예쁘다. 그리 험하지는 않지만, 꾸준히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된다. 마이산 등산코스는 다양한 구간들이 연결되어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그렇게 걷다 보면 어느새 ‘비룡대’에 도착한다. 아, 이곳은 정말 예술이다. 풍경 하나만큼은 여태껏 지나온 구간 중 단연 최고였다. 진안의 산들이 펼쳐지고, 그 사이로 마이산의 봉우리도 모습을 드러낸다. 이 맛에 산에 오르나 보다.

이대로 쭉 봉두봉과 성황당을 지나 마이산까지 이어가려 했지만, 어처구니없게도 길을 잘못 들고 만다. 나름 산 좀 탄다고 생각했는데, 지도 확인을 게을리한 내 탓이다. 그렇게 엉뚱하게 금당사 방향 하산로로 접어들었다. 이미 발을 디뎠으니 어쩔 수 없다. 계획을 틀어 금당사로 내려간 후 다시 돌탑 방향으로 올라가는 쪽으로 경로를 바꿨다. 마이산 등산코스는 다양한 루트가 엮여 있어서, 이렇게 즉흥적인 변경도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랄까.

은수사를 향해 포장도로를 따라 걷는다. 이 구간은 꽤 수월하다. 은수사 앞에 다다르면 풍경도 점점 달라진다. 조용하고 정갈한 절, 그리고 그 뒤에 거대한 암마이봉이 우뚝 서 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가 진짜다. 암마이봉을 향해 오르는 오르막길은 짧지만 상당히 거세다. 단 400미터지만, 이 구간은 그간 걸어온 길보다 훨씬 더 힘이 든다. 다리에 힘이 풀릴 정도의 경사. 그래도 중간중간 마주 보이는 숫마이봉 덕에 그 힘듦도 잠시 잊혀진다. 말 그대로 산의 조형미랄까, 자연이 만든 구조물 같다.

암마이봉 정상에 도착했을 때의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하지만 정작 정상에서는 조망이 없다. 조금 실망스러울 수도 있지만, 얼마 내려가면 전망대가 나온다. 여기가 진짜 포인트다. 트인 풍경, 불어오는 바람, 그리고 간식. 자연이 주는 호사에 몸을 맡기고 한참을 쉬었다.

다시 길을 잡고 하산을 시작한다. 이번엔 아까 놓친 봉두봉 쪽으로 향했다. 암마이봉을 등지고 나선 길은 다시 오르막과 내리막의 연속이다. 체력적으로는 좀 버겁지만, 주변의 조용한 분위기가 그것을 잊게 만든다. 마이산 등산코스 중 가장 한적한 이 구간은, 진짜 산이 주는 고요함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사람도 거의 없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살아 숨 쉬는 듯했다.

봉두봉에 도착했을 땐 조망이 거의 없어 살짝 아쉬웠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 넓지도 높지도 않지만, 묘하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이었다. 이윽고 성황당을 지나 마지막 하산길에 접어들었다. 발걸음은 무겁고 다리는 좀 아팠지만, 마음은 꽤 가볍다. 총 거리 약 12km, 쉬는 시간까지 포함해 5시간 정도 소요. 꽤 긴 여정이었지만,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마이산 등산코스는 참 묘한 매력이 있다. 산의 높이나 크기만 보면 그저 그런 산 같지만, 그 속에 숨은 다양한 풍경과 구성은 전혀 평범하지 않다. 말귀처럼 솟은 봉우리, 능선에서 만난 풍경, 절묘하게 배치된 사찰들, 그리고 적당히 이어지는 산길들. 무엇보다도 흔하지 않은 그 형상이 머릿속에 오래도록 남는다. 동남아 어딘가에 있을 법한 산,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마이산. 마이산 등산코스는 그런 독특한 느낌 덕분에 더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다.

지금 다시 떠올려도 선명하다. 바람에 흔들리던 나뭇잎, 발밑의 흙길, 무심코 지나쳤던 작은 표지판, 그 모든 것들이 하나의 긴 이야기처럼 엮여 있었다. 마이산 등산코스는 단순한 산행이 아니라 하나의 경험이었다. 그 속에는 실수도 있었고, 우회도 있었고, 뜻밖의 발견도 있었다. 그래서 더 좋았다. 계획대로만 흘러가지 않아도, 그게 또 나름의 재미가 되니까.

다음에는 길을 잃지 않고 숫마이봉에도 올라보고 싶다. 아직 못 본 풍경이 많다. 그만큼 마이산 등산코스는 다시 찾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그때도 오늘처럼, 느리게, 천천히, 산이 말해주는 이야기를 하나하나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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