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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수전 손택 "타인의 고통"

by 아키텍트류 2020.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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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비평가 "수전 손택"은 1930년대생으로 20세기를 대표하는 미국의 여성작가로 그녀가 작고하기 1년전인 2003년에 발간된 "타인의 고통"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이 책은 2001년에 발생한 911사태와 연관이 있습니다. 911사태 이후에 미국 주도의 이라크 전쟁이 벌어지는데 수전 손택은 "테러리즘과의 전쟁"이라는 표현을 직접적으로 비판합니다. 왜냐하면 테러리즘이라는 대상 자체가 언제 어떻게 끝날지 알 수가 없는데 그런 과제를 던져놓고 이 이름으로 어떤 일이든 마음대로 펼치도록 스스로를 허가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모순을 지적했습니다.

이 책의 제목인 "타인의 고통"은 타인의 고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전쟁의 모습과 그 전쟁의 모습을 게임이나 영화처럼 스펙터클로 소개하는 현대 사회를 비판하는 저작입니다.

오늘날, 미국은 절대적인 힘을 갖고 있고 누군가를 테러리스트로 지적하면 그들을 없앨 때까지 어떠한 무력을 가해도 상관없다는 면허를 스스로 부여받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사진을 볼때 그 사진의 내용이 벌어지는 현장 또는 그 사진이 지적하는 문제 상황을 겪고있는 사람들과 그 사진을 보거나 소비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엄청나게 큰 거리감이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수전 손택은 자신의 책에 서문을 따로 안쓰기로 유명한데 이 책 타인의 고통에는 유독 2004년 한국에서 책이 나올때 한국어판 서문을 따로 붙였습니다. 그 서문의 내용은 "이 책은 사진 이미지를 다룬 책이라기 보다는 전쟁을 다룬 책입니다. 제게 있어서 이 책은 스팩터클이 아닌 실제 세계를 지켜나가야 한다는 논증입니다. 저는 이 책의 도움을 받아서 사람들이 이미지의 용도와 의미 뿐만아니라 전쟁의 본성, 연민의 한계, 그리고 양심의 명령까지 훨씬 더 진실하게 생각해볼 수있었으면 합니다."라고 적었습니다.

멀리서 벌어지는 전쟁 상황을 마치 중계방송 보듯이 보기 시작했던것이 "걸프전"이었습니다. 마치 축구경기나 야구경기를 보듯이 중계를 했었습니다. 그러나 그런것이 과연 옳바른 것일까? 하는 반성도 이 후에 많이 있었습니다.

작가가 취재한 내용에 따르면 911사태 직후에 현장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이 동일하게 했던 말은 "영화 같다"였습니다. 피해자 스스로도 그렇게 표현했던 겁니다. 짧은 시간동안 겪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재앙을 우리는 "영화 같다"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사진이 동반되지 않는 전쟁은 없다고 합니다. 자신들의 전쟁의 정당성을 보여주기 위해서 혹은 전쟁의 부수적인 피해라고 불리우는 민간인들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늘 사진을 동반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은유가 피사체를 쏘는 "카메라"와 인간을 쏘는 "총" 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수전 손택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상황에서 어떤 정보가 전달되고 또 배제되는지를 결정하는 힘은 누구에게 있고, 이런 감각에 우리가 너무나 익숙해지면서 점차 충격도 덜 받게되고 문제로 덜 느끼게 되면서 생기게 되는 다층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2003년에 지어진 책이므로 그보다 2년전인 2001년에 911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이 책은 당연히 911사태를 중심으로 작성되었는데 당시 수전 손택이 나이가 70세였고, 자신이 평생 사유해 왔던 문제들을 종합적이고 압축적으로 녹여낸 책이 "타인의 고통"입니다.

이 책은 답을 제시하는 책이 아닙니다. 읽는 도중에도 계속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할지를 계속 고민하게 만듭니다. 우리가 타인과 공유하는 이 세상에 인간의 사악함이 빚어낸 악이 얼마나 많은지를 인정하고 그런 자각을 넓혀나가는 것이 중요하지만 한걸음 더 나아가 매번 놀라는 사람이나 이런 큰 일을 마주할 때마다 인간에게 환멸을 느끼는 것 만으로는 인간의 도리를 다한 것이 아니라고 작가 수전 손택은 말합니다.

 "가까이에서 본다고해서 보고있는 사실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뒤로 물러서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다 뭔가를 곰곰히 생각하면서 그와 동시에 누군가를 때릴 수는 없는 것이다."라고 작가 수전 손택은 말했습니다.

사진이라는 것은 주로 한 장면 또는 한 순간을 전달하기 때문에 연민이라는 한계에 빠지기 쉽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걸음 더 나아가서 문제를 해결하고 앞으로 나아가려면 순간이 아니라 서사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합니다. 즉, 사진의 앞과 뒤에 얽혀있는 이야기를 알아내려고 하고 파헤치려하고 지적하려고하는 노력을 해야한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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