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물

김재규 (유신의 심장을 쏘다)

by 아키텍트류 2020. 6. 5.
반응형

계획된 암살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허술했고, 우발적인 암살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치밀했던 10.26 박정희 대통령의 암살사건의 주인공 김재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그는 재판과정에서 박정희 대통령의 암살은 유신 독재를 무너뜨리고 자유민주주의를 회복하기위해서 혁명한 것이라고 최후 증언했습니다. 과연 김재규는 그의 최후 진술내용과 같이 자유민주주의의 투사인가? 아니면, 2인자로서 군림하던 자신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뜻되로 되지 않고 전 중앙정보부장 김형욱 처럼 토사구팽당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에서 온 복수극인가? 혹은 미국의 은밀한 지지를 받고 차기 대통령의 자리를 차지하기위해 벌인 쿠테타인가?

김재규는 박정희 대통령과는 동향에 육사 동기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나이가 박정희와 같지는 않습니다. 한참 어립니다. 일제시대 박정희는 일본 만주군의 군관출신으로 중위로 독립군을 잡으로 다닐 때 일제가 패망하면서 독립군으로 위장한 후 조국으로 돌아오게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역 군인이 다시 해방한 대한민국 유군사관학교에 다시 입교하는 절차를 거쳐 대한민국 소위로 다시 임관하게 되는데, 지금처럼 육사가 4년재 정규 교육을 실시하지 않는 단기 사관학교로 형식적으로 몇개월의 교육을 받고 임관하게 됩니다.

이 때 많은 일본군 출신 장교들이 대한민국의 장교로 다시금 군복을 갈아 입게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합니다. 북한의 경우 친일파 숙청과 지주들의 숙청을 강도높게 실시했기에 인정하기는 쉽지 않지만 일제시대 독립군들이 북한군에 많은 수 입대하게 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이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4.19의거로 국민의 힘으로 독재정권 이승만 정권을 무너 뜨렸지만, 박정희는 군부세력을 이용해서 손쉽게 정권을 차지하게됩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주인이 차지한 셈이었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장면의 비겁한 행위(수녀원에 몸을 숨겨 자신의 안전을 도모한 행위)가 아니었다면, 박정희의 군사 쿠테타는 성공하지 못했을 겁니다.

정권을 장악한 박정희는 국가발전과 반공이라는 이데올로기로 국민들을 기만하고 자신의 정권을 위해 이용하게 되고 결국 유신헌법이라는 장기독재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게 됩니다. 

당시 미국의 카터 대통령은 이런 박정희를 무척 싫어했고 대한민국이 계속 독재 정권을 지속하는 한 주한미군의 철수를 감행하겠다는 최후 통첩을 하게됩니다. 이렇듯 미국과 한국간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김재규는 더 이상의 관계악화는 국가의 안보를 보장할 수 없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이렇듯 김재규가 박정희를 암살하게된 이유 중 하나로 미국의 지원 및 개입설이 타당성을 갖게 되는 겁니다. 즉, 미국이 암묵적으로 김재규의 박정희 암살을 묵인하고 김재규가 차기 대통령으로 인정한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거사후에 미국이 이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지 않고 오히려 토사구팽으로 미국의 개입설을 부인한다면 미국은 손쉽게 독재자 박정희를 제거하고 친미 성향의 정부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수 도 있습니다.

또 다른 가설은 김영삼 총재의 재명에 따른 당시 부마항쟁과 같은 국내 여론에 있습니다. 박정희는 당시 정치적으로 크나큰 오판을 한 것 같습니다. 즉, 김영삼 총재가 국가원수를 모독했다는 이유로 당시 김영삼 총재를 의원직에서 재명하게 했고, 김영삼의 고향인 영남지방에서 부마항쟁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항쟁은 전국적으로 불붙 듯 확산 일로에 있었습니다. 

이 때 차지철 경호실장은 캄보디아의 경우 수백만의 국민을 죽여서 정권을 유지하였다면서, 당장 탱크를 동원해서 시위 군중들을 진압하면 된다면서 박정희를 자극하게 됩니다. 이에 평소 차지철과 김재규는 평소 사이가 안좋았고 궁정동 술자리에서 티격태격 말싸움을 하던 도중 분을 참지 못한 김재규가 권총으로 차지철을 쏘게되고 우발적으로 박정희 대통령까지 시해하게 되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 사건이 우발적인 것이라는 근거는 거사 이후 갈팡질팡하는 김재규의 행동을 보면 알 수있습니다. 대통령을 시해한 후 자신의 본거지인 중앙정보부로 향하지 않고 정승화 육군참모총장과 함께 육군본부로 가서 최후를 맞게되는 것을 보아도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거사가 아니라 우발적인 계획에 가까웠다고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자유민주투사로 유신의 심장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는 김재규의 최후 진술과 같이 김재규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사전 계획에 따라 박정희를 시해하고 자신을 희생양 삼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김재규를 따라 거사에 참여했던 충실한 그의 부하들에게도 김재규는 작전 시작 몇시간전에 알려주었을 정도로 보안에 신경을 쓴 부분이 있습니다. 게다가 거사에 참여했던 그의 부하들은 법정에서 진술하는 내용이나 김재규가 그 부하들에 대한 처벌에 특별히 신경쓰는 부분 그리고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으니 내 부하들은 선처해 달라고 하는 부분은 마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투사로써의 모습에 적절해 보입니다.

정말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위해 자신이 그 희생양이 되고자 했다면, 거사이후 그가 보인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나 중앙정보부가 아닌 육본에 가서 최후를 맞이한 부분들이 모두 이해갑니다. 과연 김재규는 박정희를 제거하고 새로운 대통령이 되기위한 야심가였는지? 우발적인 감정을 자재하지 못하고 박정희를 살해한 살인자인지?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의사였는지? 그 판단은 이 글을 읽는 분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