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북리뷰

죄와벌 줄거리 / 도스토예프스키

by 아키텍트류 2019. 12. 7.
반응형

찌는 듯한 더위 7월의 어느날 해질 무렵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는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 이미 수십번이나 머리 속에서 계획했던 살인을 저지르기 위해 사전 답사를 가는 길이다.

대상은 전당포 주인이자 고리대금업자인 한 노파, 살인 도구는 도끼를 사용할 예정이다. 그러나 그 계획과는 달리 그의 마음 상태는 여전히 혼란스럽다.  확신이 서지 않는듯하다.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의 심리상태를 1인칭으로 시작해서 소설의 몰입도를 높이고 심리상태의 묘사가 탁월한 도스토예프스키 특유의 문체를 느낄 수있다)

라스콜리니코프는 가난했다. 그래서 다니던 대학도 잠시 휴학한 상태이다. 그가 사는 작은 방은 이미 많은 월세가 밀려 있다. 잘 먹지도 못해서 건강도 않좋은 상태이다.

게다가 사전 답사 다음 날 배달된 어미니로부터 온 편지는 그의 여동생이 돈 때문에 원하지 않는 결혼을 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편지까지 도착했다. 그는 여동생이 자신에게 돈을 부쳐주기 위해 일부러 희생하려 한다는 것을 알수 있었고, 분노가 치솟았다. 

왜냐하면 이 모든 비극이 돈 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는 사전 답사를 하고 나서도 계속 살인을 망설이고 있었다. 그러나 편지를 읽고나서 모든것이 확실해 졌다.

살인은 반드시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라스콜리니코프는 고독한 이상주의자였다. 주위와 철저히 단절된 채 작은 방에 틀어박혀 생각만 한지 벌써 한달째가 되었다. 그가 가진 해괴망측한 사상은 자신을 포함한 많은 가난한 사람들이 단번에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에 관한것이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돈을 많이 가진 극소수의 인간들을 제거하여 그들이 가졌던 많은 돈을 이용해서 가난한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어줘서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공리주의에 입각한 사상같기도 한것이었다. 그러나 그건 인간 본성을 깊게 고려하지 못한 어설픈 생각이었다. 이론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어도 사람을 함부로 죽일수는 없기 때문이다. 살인은 어떤경우에도 정당화 할수없다.

라스콜리니코프의 사상은 여기에서 또 한번 큰 오류를 범하게된다. 살인을 합리화 하기 위해 필요한 그의 생각은 인간을 범인과 비범인으로 나누는 이원론이었다.

살인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이런 이원론이 필요했다. 나폴레옹 같이 극소수의 사람만 해당하는 비범인, 라스콜리니코프는 비범인들에겐 모든 것이 허용되며, 심지어 사람을 죽이는 것도 죄가 아니라고 생각하게된다.

그는 묻는다 역사적으로 많은 사람을 죽이고도 전쟁 영웅이 된자들이 과연 죄인인지를? 오히려 그들은 칭송받고 찬양의 대상이 아니던가?

라스콜리니코프의 생각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자신이 혹시 비범인에 속할지 모른다고 믿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런 무모한 생각때무에 불행하게도 그는 이것을 실험해 보고 싶어졌다. 살인을 저지름으로써 그의 생각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던 것이다.

결국 그는 계획했던 살인을 저지른다. 운이 잘 따라 살인 현장에 이르기까지 누구에게도 눈에 띄지 않았다. 계획했던 도끼를 구할 수 없어 잠시 계획이 무산되는가 싶었지만, 우연히 다른 도끼를 획득할 수 있었다. 그 모든것이 운명같기만 했다. 자신이 비범인일 가능성이 높아지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그는 한 사람을 더 죽여야 했다. 예정에 없던 무고한 희생자는 리자베타. 전당포 주인의 여동생이었다. 그녀는 분명 그 시간에 다른 곳에 있어야 했다. 그 사실을 미리 알고 라스콜리니코프는 노파를 죽이러 온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약속이 바뀌었는지 노파가 죽었을때 그녀가 방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어쩔수 없이 그녀까지 살해한 것이다.

이 의도하지 않은 두번째 살인은 라스콜리니코프의 사상적 오류가 무고한 피를 흘림으로써 그 실체를 드러낸 순간이었다.

여기까지가 전반부 소설의 도입부이다.  이후 내용은 주인공인 라스콜리니코프가 그의 죄를 스스로 자백하기까지의 기나긴 여정을 다루고 있다.

이 소설의 핵심 부분은 인간 심리를 묘사한 작가 도스토예프스키의 탁월한 문체에 있다고 생각된다. 

라스콜리니코프가 죄를 자백할 때, 그 후 시베리아에서 감옥 생활을 할때 조차 그는 자신의 죄를 진심으로 깨닫지 못한다. 비록 양심이란 것이 인간 본성 안에  있다해도 사실을 피부로 직접 깨닫고 그로 인해 고통스러워 하기는 하지만, 그는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는 사실로 인해 분노하기에 여념이 없을 뿐이었다. 

죄를 자백한 이유는 그저 그 편이 더 유리할 것 같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소설의  마지막 장에 덧붙여진 짧은 에필로그에 이르러서야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는 구원에 이른다. 소냐의 헌신적인 사랑을 깨닫고 난 이후였다. 자신의 죄를 진심으로 뉘우친 이후, 그는 단절 되었던 모든 것으로부터 마음을 열게 되어 모든 것을 다르게 보기 시작한다.

소냐도 라스콜리니코프의 내적변화를 알아볼 정도로 그는 마침내 거듭나게 된 것이다. 타인을 위해 자신을 죽여 이중적인 생활을 해왔던 소냐, 그리고 타인을 죽여고 자신도 죽여서 정의도 자유도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단절과 소외, 괴로움과 고독속에서 벌을 받듯 살아 왔던 라스콜리니코프, 두 사람 모두에게 그 구원은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얼어붙었던 라스콜리니코프의 마음속에 처음으로 기쁨과 사랑이 싹트기 시작하고, 남아있는 7년이란 감옥생활도 기꺼이 받아들이며, 그 고난 가운데 분명 존재할 사랑과 희망의 삶을 바라보게 된다. 구원은 철저히 외부로부터 은혜로 주어지는 것임을 작가인 도스토예프스키는 이 책 죄와벌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사상, 양심, 돈도 결코 이루어낼 수 없는 그 무엇을 사랑으로 이룰 수있다고.....


*표도르 도스토옙스키(1821. 11.11 ~ 1881. 2. 9)

1821년 11월 1일 러시아 모스크바 출생

1843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병사관학교 졸업

1846년 "가난한 사람들", "이중인격", "분신" 발표

1849년 페트라솁스키 사건에 연루되어 시베리아로 유형

1854년 시베리아 유형 형기를 마침

1861년 "학대받은 사람들", "죽음의 집의 기록" 발표, 잡지(시대)창간

1864년 "지하생활자의 수기" 발표

1866년 "죄와 벌"발표

1868년 "백치" 발표

1870년 "영원한 남편" 발표

1872년 "악령" 발표

1875년 "미성년" 발표

1879년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발표

1881년 2월 9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사망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