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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등산

춘천 오봉산 등산코스 (배치고개 최단코스)

by 아키텍트류 2025.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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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산들은 언제나 묘한 매력이 있다. 이름만 들어도 어디선가 본 듯한, 그러나 막상 가보면 새삼스러운 풍경이 펼쳐진다. 이번에는 춘천과 화천의 경계에 있는 오봉산을 찾았다. 해발 779m라는 높이는 그리 위압적이지 않다. 낮지도, 그렇다고 높지도 않은 이 산은 한국 100대 명산 중 하나로 꼽힌다. 사실 이번 산행은 큰 기대라기보다, 잠깐의 짬을 내어 빠르게 오를 수 있는 코스를 찾다가 선택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짧지만 강렬했던 경험은 생각보다 오래 기억에 남을 듯하다.

출발지는 배치고개였다. 주소로는 춘천시 북산면 청평리 산183-19. 차로 이동해 도착하면 딱 세 대 정도 주차할 수 있는 협소한 공간이 나타난다. 자리가 없으면 길가에 세워야 한다는데, 나는 다행히 평일 오전에 도착해 빈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차 문을 닫자마자 바로 등산로가 시작된다. 따로 길게 걸어 들어가야 하는 접근로가 없다는 건 최단코스만의 장점이었다. 배치고개에 서서 배낭을 메는 순간, 이미 나는 오봉산 등산코스의 첫 발을 내딛은 셈이었다.

그리고 시작하자마자 밀려오는 건, 예상 밖의 가파른 오르막. 솔직히 “최단코스니까 편하겠지”라는 마음이 있었는데, 그 생각은 몇 걸음 안 가 깨져버렸다. 숨은 금세 차올랐고, 종아리는 빠르게 뻐근해졌다. 이래서 산은 방심하면 안 된다. 오봉산 등산코스가 짧다고 얕보면 금세 산에게 혼이 난다. 그래도 숲이 울창하게 드리워져 있어서 뙤약볕은 막아주었다. 여름의 뜨거운 날씨였지만 숲길 속은 오히려 서늘했고, 직사광선이 없다는 건 큰 위안이 되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오르는 내내 조망이 열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선 길은 시원한 그늘을 주는 대신, 풍경을 가로막고 있었다. 오봉산 정상까지 가는 동안 멋진 조망을 기대할 수 없다는 건 약간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도 산이 늘 그렇듯, 힘든 길 끝에는 작은 보상이 기다리고 있었다. 정상에 가까워질 즈음, 갑자기 숲이 열리며 드문드문 시야가 트이는 구간이 나왔다. 조림사업 때문인지 나무가 잘려나간 벌채 구간 덕분이었다. 그곳에서 바라본 주변 풍경은 잠시지만 큰 위로가 되었다. 춘천과 화천의 산줄기가 멀리 이어지고, 그 위로 흘러가는 바람이 한결 가볍게 느껴졌다.

그렇게 조금 더 발걸음을 옮기니 오봉산 정상, 5봉에 닿았다. 높이 779m. 결코 높지 않은 이곳에 섰지만, 발밑까지 땀으로 젖은 몸은 성취감을 충분히 느꼈다. 정상석 앞에 서서 사진을 남기고, 간단히 준비해온 물과 간식을 꺼내어 먹었다. 다만 정상에서의 풍경은 기대보다 닫혀 있었다. 사방이 숲으로 둘러싸여 탁 트인 시야를 주지 않았다. 조금은 아쉬웠지만, 오봉산 등산코스의 특성이 그렇다 하니 받아들일 수밖에. 대신 짧고 강렬했던 오름길이 준 성취감이 정상의 풍경을 대신했다.

정상에서 충분히 쉬었다가 다시 배치고개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하산길이라고 해서 무조건 편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오르막과 내리막이 계속 반복되는 구간이 있어 내려가는 길도 집중해야 했다. 특히 무릎에 오는 부담이 생각보다 컸다. 오봉산 등산코스가 짧지만 결코 만만치 않다고 느낀 건 바로 이 지점이었다. 그러나 코스가 워낙 짧아 결국은 금세 배치고개로 돌아올 수 있었고, 시계를 보니 왕복 1시간 30분 남짓이 소요되었다.

배치고개에 도착했을 때, 그제야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오봉산 등산코스는 길지 않지만 알찼다. 길이가 짧아 초보자도 도전할 수 있고, 시간이 부족한 이들에게도 좋은 선택이 된다. 하지만 초반의 급경사와 짧지만 강한 체력 소모 구간은 분명히 존재하니, 결코 만만하게 볼 산은 아니었다. 나는 땀으로 흠뻑 젖었지만, 오히려 그게 이 산행의 만족감을 더 크게 해주었다.

오봉산은 100대 명산 인증을 목표로 찾는 이들에게는 안성맞춤인 산이다. 산행 시간이 짧아 큰 부담이 없고, 왕복 2시간 이내에 정상에 다녀올 수 있으니 여행 일정 중 잠깐을 투자해도 충분하다. 게다가 근처에는 또 다른 100대 명산인 용화산이 있다. 차로 약 40분 거리라 오봉산과 함께 하루에 두 산을 오르는 ‘1일 2산 도전’을 해볼 수도 있다. 나 역시 이번에 배치고개로 돌아와 차를 몰고 곧장 용화산으로 향했다. 오봉산에서의 땀이 채 마르기도 전에 또 다른 산행이 시작되었으니, 이보다 더 알찬 하루가 있을까 싶었다.

짧은 산행이었지만 오봉산 등산코스는 내게 여러 가지 생각을 남겼다. 때로는 산의 높이보다도 그 산이 주는 경험이 더 크다는 것, 그리고 짧은 코스라도 충분히 산행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정상의 조망이 탁 트이지 않아도, 숲길의 그늘과 잠깐 열리는 시야, 그리고 숨 가쁜 오름길이 만들어주는 성취감이 있다면 산행은 언제나 값지다.

돌아보니 오봉산은 단순히 100대 명산 중 하나라는 타이틀만으로 설명하기엔 아쉬운 산이었다. 그 안에는 짧지만 강렬한 리듬, 숲이 주는 시원한 위안, 그리고 정상에서 느낀 조용한 만족감이 있었다. 오봉산 등산코스는 그래서 다시금 생각나게 될 것 같다. 언젠가 가을, 억새가 흩날리는 계절에 다시 이 길을 밟는다면 오늘과는 또 다른 풍경과 감흥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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