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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등산

대둔산 등산코스(케이블카 이용)

by 아키텍트류 2025.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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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의 끝자락, 쌀쌀한 공기가 아침부터 코끝을 찌르던 날. 계절이 더 깊어지기 전에 꼭 다녀오고 싶었던 대둔산으로 향했다. 완주군으로 가까워질수록 차창 너머로 단단하게 솟아오른 산세가 모습을 드러냈고, 그 풍경 하나만으로도 오늘 산행이 얼마나 특별해질지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올려다본 대둔산은 생각보다 훨씬 웅장했다. 바위 능선의 구조가 그대로 드러난 실루엣, 그 아래로 이어지는 케이블카의 선로, 그리고 적당히 남아 있던 단풍의 흔적까지. 본격적인 대둔산 등산코스에 들어서기도 전인데 벌써부터 마음이 바빠졌다.

주차장에서 케이블카 매표소까지 이어지는 길은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자연스레 나도 줄을 따라섰다. 케이블카 요금은 왕복 16,000원. 가격만 보면 고민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타고 올라가 보면 그 돈이 아깝지 않다. 케이블카는 아주 느리게도, 또 너무 빠르지도 않은 속도로 산을 타고 올라가는데, 발아래로 깊게 패인 계곡과 오랜 시간 쌓여온 돌층들이 차례로 지나간다. 6분 남짓한 시간 동안 풍경이 계속 바뀌어 오히려 짧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렇게 도착한 7부 능선이 바로 대둔산 등산코스의 진짜 출발점이다.

케이블카에서 내리고 몇 걸음 이동하자마자 출렁다리가 눈앞에 나타난다. TV, 잡지, SNS에서 수도 없이 봤던 그 장면이 실제로 펼쳐지고 있었다. 막상 다리 위에 서니, 발을 디딜 때마다 다리가 살짝 흔들리는 움직임이 바로 느껴졌다. 흔들림이 과하진 않았지만, 절벽 위라는 사실이 머릿속을 스치며 묘하게 짜릿한 긴장감을 주었다. 하지만 아래로 눈을 두면 단풍이 뿌려 놓은 색감들이 층층이 내려앉아 있었고, 바람이 나뭇가지들을 흔들 때마다 빛이 반짝였다. 대둔산 등산코스를 경험한 사람만이 알 수 있는 특별한 순간이었다.

출렁다리를 지나면 이번엔 삼선계단이 기다리고 있다. 대둔산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장면이 바로 이 삼선계단이다. 멀리서 보면 사다리를 거의 세워놓은 듯한 각도라 ‘저걸 실제로 올라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스친다. 하지만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모습을 보니 묘하게 용기가 생겼다. 계단이 시작되는 지점에 서서 위를 올려다보니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길고 가팔랐다. 손잡이를 꽉 잡고 한 계단씩 올라갈수록 허벅지에 힘이 들어가지만, 올라갈수록 뒤로 펼쳐지는 전망이 점점 더 넓어져 괜히 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다. 대둔산 등산코스의 백미가 왜 삼선계단인지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삼선계단을 오르고 난 뒤부터는 마천대까지 꽤 긴 오르막 구간이 이어졌다. 가파른 돌계단과 울퉁불퉁한 바위길이 계속 반복돼 체력이 꽤 빠르게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마치 설악산 공룡능선 근처의 마등령을 떠올리게 하는 구간이 많았고, 숨을 크게 들이쉬며 천천히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발걸음을 멈춰 뒤를 돌아볼 때마다 하늘 아래로 펼쳐지는 대둔산의 풍경이 너무도 멋있어서, 그 힘듦이 오히려 산행의 즐거움을 더하는 양념처럼 느껴졌다. 대둔산 등산코스가 왜 명산 중에서도 ‘볼거리 많은 산’으로 꼽히는지 충분히 이해됐다.

오랜 오르막 끝에 드디어 마천대에 도착했다. 정상에 발을 딛는 순간, 그간의 피로가 한꺼번에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사방이 뻥 뚫린 시야가 펼쳐지고 360도로 능선이 이어지며, 구름 아래에서 세상이 탁 트여 흐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가지고 온 따뜻한 커피를 꺼내 한 모금 마셨는데, 고도가 높아서인지 평소보다 더 향긋하고 부드럽게 느껴졌다. 바람은 다소 차가웠지만, 그 바람마저 산 정상의 공기와 섞여 거칠지 않았다. 한참을 멍하니 풍경만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대둔산 등산코스에서 이런 순간을 위해 사람들은 힘든 구간을 견디는 듯했다.

마천대를 떠나 용문골 삼거리로 향하는 능선길은 상대적으로 편안했다. 길 위로 쌓여 있는 낙엽을 사박사박 밟으며 걷다 보니 산 전체에 늦가을이 머물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능선 한쪽은 바위가 겹겹이 쌓인 풍경이 이어지고, 다른 한쪽은 단풍이 남긴 색감이 부드럽게 번져 있었다. 이 길을 걷다 내친김에 낙조대까지도 둘러보았다. 시간이 조금 늦어진 탓에 햇살이 금빛으로 변하던 순간이었고, 그 빛이 능선 사이와 바위를 타고 흘러내리듯 번지는 모습이 숨막히게 아름다웠다.

낙조대에서 다시 용문골 삼거리로 되돌아온 뒤, 칠성봉과 장군봉을 지나 케이블카 탑승장으로 이어지는 길은 비교적 부드러운 하산 코스였다. 다소 지친 상태였지만, 능선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 편안하게 이어져 마지막까지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하루 종일 걸으며 살짝 무거워진 다리를 이끌고 케이블카를 타는 순간, 내려가며 바라보는 풍경이 마치 산행의 마지막 선물처럼 느껴졌다. 조금만 더 일찍 왔더라면 더 화려한 단풍을 볼 수 있었겠다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그 아쉬움조차 이번 여행의 일부가 된 듯했다.

이렇게 하루를 온전히 대둔산 등산코스에 쏟아붓고 나니, 단순히 산 하나를 다녀온 것이 아니라 늦가을을 통째로 체험하고 돌아온 기분이었다. 대둔산 등산코스는 계단도 많고 오르막도 많지만, 그만큼 다양한 표정의 풍경을 제공하는 산이었다. 삼선계단의 위압감, 출렁다리의 긴장감, 마천대의 압도적인 조망, 그리고 능선에서 만난 늦가을의 잔향까지. 모든 순간이 인상적으로 남아 앞으로도 한동안 잊히지 않을 것 같다. 늦가을에 이런 산행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오래 마음에 남는 경험이 되었고, 누군가 가을 산행지를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대둔산 등산코스를 추천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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